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시인은 분명히 위대하다!
아마도 작사가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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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 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 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 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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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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